북한이 1일 관영매체를 통해 남한 접경지인 강원 금강군 이포리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고, 최초 발병자인 군인과 어린이는 '분계연선(휴전선) 지역에서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남조선'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역학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형식을 빌려 국내 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과 물품이 코로나 유입 원인이라고 탓한 것이다.
통일부가 즉각 반박했다시피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주로 비말로 전파되며 물체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사례도 없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당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게다가 북한은 '색다른 물건' 접촉이 올해 4월 초, 최초 발병은 4월 중순에 있었다고 했지만, 올해 처음 대북 전단이 살포된 날짜는 4월 25일로 파악됐다. 아직 뿌리지도 않은 전단이 코로나를 퍼뜨렸다는 말인가.
이러니 북한이 일부러 대남 적개심을 조장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남측에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는 술책으로 동요하는 민심을 무마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5월 확진자 발생을 공식 인정한 이래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중앙위·비서국 회의를 잇따라 주재한 일에서도 체제 단속의 안간힘이 감지된다. 한편으로 7차 핵실험이 장마철 도래, 미중 정치 일정을 의식하느라 미뤄지는 상황에서 한미를 상대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포석도 읽힌다. 북한은 2014년 고사포로 대북 전단 풍선을 사격해 군사적 긴장을 높인 전력이 있다.
북한은 사면초가다. 내부적으론 경제난에 전염병, 자연재해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심화로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유럽 30개 회원국에 한국·일본 등 아태 지역 4개국이 동참해 서방 진영의 세를 과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비근한 사례다. 전술핵 개발 등 무장 일변 노선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 북한의 유일한 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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