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국회 소통관, 분수 광장 사용에 현역의원 도움 못 받아
국회 밖 도로변에서 육성으로 출마선언
미운털 박힌 박지현은 출마선언마저 힘겨웠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폴리스라인 앞에 서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정확히는 국회의사당 정문 밖 경비용 펜스 앞, 개인 및 각종 단체들의 시위나 기자회견이 끊이지 않자 경찰이 아예 기자회견 장소로 지정해둔 지점이다. 약 30m 길이의 철제펜스에는 ‘폴리스라인’ '기자회견장소' 팻말이 부착돼 있었다.
이곳에서 박 전 위원장은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 난 곳은 메우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육성으로 주변 소음과 싸워야 했던 박 전 위원장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흘러내렸다. 확성기가 없다 보니 30여 명의 기자들도 애를 먹었다. 박 전 위원장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깝게 다가 앉은 기자들은 한여름 햇볕에 달궈진 길바닥의 열기도 참아가며 메모했다. 육성 회견문은 왕복 9차선 도로를 오가는 차량 소음에 묻히기 일쑤였다. 다른 당대표 후보들이 모두 국회의사당 내 소통관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출마선언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출마선언이었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 전 위원장은 왜 소통관이 아닌 국회 밖 대로변에서 출마선언을 해야 했을까. 전날까지만 해도 박 전 위원장 본인은 소통관에서 출마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자 했으나 장소 이용에 대한 현직 의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규정상 소통관은 국회의원의 신청과 동행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당규상 '출마 자격이 없다'는 당무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당 내 차가운 시선이 장소 선택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 전 위원장은 소통관에 이어 야외 공간인 분수대 광장을 차선으로 선택했지만 이마저도 같은 이유로 이용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 현역 의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박 전 위원장은 결국 시민단체들이 이용하는 국회 앞 인도를 출마선언 장소로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위선과 이별하고 '더 엄격한 민주당'을 만들겠다. 대표가 되면 조국의 강을 반드시 건너겠다"며 '86세대 용퇴' '팬덤과의 결별'을 통한 당의 혁신을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 뒤 이어지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규상 '권리당원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권리당원이 아닌 경우 피선거권이 없으므로 오는 17∼18일 후보 등록 이후 등록 신청서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박 전 위원장은 동행한 관계자들과 함께 조용히 회견장소를 떠났다. 국회 담장을 따라 멀어지는 박 전 위원장의 뒷모습은 비장했던 출마의 각오와 달리 왠지 외롭고 힘겨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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