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퍼레이드 시작 직전 폭우 쏟아지자
참가자들, "오늘 만큼은 우산으로도 가리고 싶지 않아"
쏟아지는 장대비도 3년 만에 거리로 나온 '해방의 행진'을 가로막지 못했다.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6일은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덕분에 1만5,000여 개의 우산이 광장을 메우는 장관도 연출됐다. 문제는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직전 장대비가 쏟아진 것. 앞이 안보일 정도로 퍼붓는 소나기가 자칫 행사 진행을 어렵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우산을 접고 비를 그대로 맞으며 '우중 행진'을 즐겼다. 자신이 응원하는 단체의 차량을 따라 걸으며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리듬에 맞춰 흥겁게 몸을 흔들었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해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날 내린 비는 퀴어퍼레이드의 일부가 됐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펼치는 퍼레이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거리로 나아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미 내리는 비를 맞으며, 즐기며 행진하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날 다섯 번째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박모(32)씨는 "오늘은 나를 드러내는 날이기 때문에 이날 만큼은 우산이 나를 가리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퀴어문화의 상징인 무지개의 7가지 색은 다양성과 포용력을 상징한다. 이날 장대비까지 포용한 퀴어문화축제는 세상에 다양성을 불어 넣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됐다. 우중행진의 명장면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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