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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잔혹사

입력
2022.07.2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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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된 22일 오후 한 달여간 농성을 벌이던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독(선박건조시설)에서 나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된 22일 오후 한 달여간 농성을 벌이던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독(선박건조시설)에서 나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시작됐다. 대우그룹 해체 속에 대우중공업은 중장비, 군수, 항공 부문을 쪼개 매각했고, 조선만 채권단 손에 남겼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불황이 닥쳤고 그 사이사이 호황도 맞았지만 부실은 깊어갔다. 최근 10년 누적 순손실이 7조7,446억 원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혈세가 무려 11조8,000억 원이고 2015년 이후만 7조 원이 넘는다.

□ 불황과 매각 무산의 불운만 탓할 순 없다. 2010년대 5조 원대 분식회계 전력이 화려하다. 매출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로 대우조선은 21조 원 사기대출을 받고 약 5,000억 원을 성과급으로 나눠먹었다. 검찰 수사 전까진 정확한 분식회계 규모를 경영진도 몰랐다. 2012~2015년 재임한 고재호 전 사장과 김갑중 전 부사장은 해명이랍시고 “2008년부터 해온 관행”이라 주장했는데 대체로 사실이었다. 이들과 회계사들이 징역형과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그들만의 책임일까.

□ 주인 없는 회사를 뜯어먹은 이들은 많다. 국회의원·국정원 출신 등 친여권 인사들과 주채권자인 산업은행 출신들이 이사·고문·자문으로 재직했다. 회삿돈으로 인사청탁도 했다. 남상태 전 사장은 자신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연임 로비를 위해 21억 원 홍보(사실상 로비) 계약을 맺었다. 고 전 사장은 주요 일간지 전 주필의 처조카를 취업시켜 주고 연임 청탁을 했고,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이름으로 정치 후원금을 냈다. 해당 주필은 호화 요트여행 등 수천만 원 향응을 받고 청와대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고도 “직무연관성이 없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이들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라임 사태 주범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고 3명이 징계됐다. 접대비를 99만 원에 맞춘 '기적의 산수’로 형사처벌은 피했다.

□ 22일 농성을 끝내고 많은 과제를 남긴 대우조선의 잔혹사다. 그동안 기업은 인력 70%를 하청에 넘기고 숙련공에게 최저임금 수준을 줘서 버텼다. 진짜 필요한 경영혁신은 없었다. 탐욕과 무능과 무책임이 있었고, 정부는 방조했다. 대우조선 정상화의 길이 정녕 법과 원칙인가.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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