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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는 왜 K무기 샀을까

입력
2022.07.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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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폴란드가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수입에 대한 기본계약(FA)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뉴시스

폴란드가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수입에 대한 기본계약(FA)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뉴시스

폴란드가 'K방산' 귀빈이 됐다. 27일 수도 바르샤바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 방산업체 3곳과 각각 FA-50 경공격기 48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총 계약 규모가 20조 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그간 한국산 무기 최대 거래액은 올해 초 중동 부국 아랍에미리트의 천궁-Ⅱ(지대공 요격미사일) 35억 달러어치(4조5,500억 원) 구매였는데, 동유럽 개도국의 손이 그보다 5배나 컸다.

□ 폴란드는 지난해 GDP 대비 2.1%였던 국방비를 내년 3%로 증액하는 국토방위법을 올해 3월 통과시켜 무기 구매 자금을 마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의 일로, 전란을 맞은 인접국을 대신해 서방(나토) 진영 최전선에서 러시아와 맞서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미그-29 전투기, T-72 전차 등 옛 소련제 주력 무기를 대거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도 했다. 일차적으론 군사 원조였지만 이참에 무기 체계를 현대식으로 개편하려는 계산도 작용했다.

□ 한국산 무기 구매는 5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6월 정상회담을 거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미국, 독일 등 나토 내 유력 무기수출국을 두고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폴란드 국방장관은 신속 도입 가능,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가성비'가 높다는 얘기다. 올해 국방비가 18조 원 정도인 주머니 사정도 감안했을 것이다. 기술 이전 조건도 후했다. 이번 수출분 중 K2 800대와 K9 600대가 현지 생산된다. 독일과의 냉기류가 한국엔 어부지리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면 신식 탱크로 교체해주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양국은 갈등 상태다.

□ 국내 방산업계는 올 들어 25조 원 넘는 무기 수출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2.5배다. 세계 방산 수출 시장(2016~2020년)에서 9위에 머물던 한국 위상이 빅5(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급으로 격상하리란 장밋빛 전망도 돈다. 하나 당장 폴란드에서 FA-50 구매 소식에 "미국에서 F-16이나 F-35를 더 들여왔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K무기의 신뢰를 쌓아야 시장도 계속 열릴 것이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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