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열악한 환경에도 침착한 태도 유지
경계 강화한 군부, 재판도 교도서서 진행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구심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열악한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직후 구금된 그는 지난달 22일 수도 네피도의 교도소로 비밀리에 옮겨진 상태다.
수치 고문은 찜통 같은 독방에 갇혀 있다. 쇠창살이 쳐진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햇볕을 피할 곳이 없으며, 선풍기도 없다. 요즘 우기인 미얀마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열대성 폭우(스콜)와 폭염이 반복된다. 들이치는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웅덩이에선 모기가 알을 낳는다. 9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은 "모기떼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라고 전했다.
수치 고문은 군부의 억압을 견뎌내고 있다. 그의 변호사는 "투옥 이후에도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티는 수치 고문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군부 "수치 고문 공개 절대 안 돼"
미얀마 군부는 수치를 꽁꽁 숨기고 있다. 그의 비참한 모습이 공개돼 군부 비판 여론이 달아올라 민주화 시위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최근 네피도 교도소의 보안과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교도소로 향하는 모든 도로에는 중무장한 군병력이 배치됐다. 교도소 내부에도 중화기가 배치된 벙커 두 곳을 새로 설치했다.
수치 고문의 재판 역시 철저한 보안 아래 교도소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군부는 교도소 내 영빈관을 급히 수리해 특별 법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도소 소식통은 "군부가 법정 내부를 볼 수 없게 7피트(약 210cm) 높이의 울타리까지 쳤다"고 전했다.
수치 고문, '사실상 종신형' 감옥에서 보내나
수치 고문은 '미얀마 민주화 역사' 그 자체다. 1988년 8월 민주화를 외치다 죽은 운동가들을 목격한 뒤 정치에 발을 들였다. 수치 고문이 만든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세가 커지자 가택연금 조치를 당했고, 그는 2010년까지 21년 동안 가석방과 연금이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자유의 몸이 된 수치 고문은 2011년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다만 가족이 영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대통령은 되지 못했다. 2015년과 2020년 총선에서 NLD의 압승을 이끌었다.
문민정부의 득세에 위기를 느낀 군부는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켰다. 곧바로 수치 고문을 체포해 다시 집에 가뒀다. 수치 고문은 반역죄 등 10개 이상의 혐의로 기소돼 11년 형을 선고받았다. 남은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형량은 100년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77세인 그가 남은 인생 전부를 독방에서 지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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