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등 10여 명 사망·실종
강남 상습침수 이번에도 속수무책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는 연평균 강수량의 3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서울·경기 지역은 집중호우로 10여 명이 사망·실종하고 가옥 700여 채가 침수됐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선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지적장애 여성 등 가족 3명이 집 안에 고립돼 변을 당했다. 이웃 주민이 구조를 시도했으나 이미 물이 가득 차 창문을 뜯어낼 수도, 현관문을 열 수도 없었다고 한다. 재난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11일까지 호우가 이어진다고 하니 당국은 무엇보다 인명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있다지만 이번 폭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8일 서울의 하루 강수량은 102년 만(송월동 관측소 기준)에 최대였다. 특히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한 시간 동안 141.5㎜가 쏟아져 80년 만에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도 서울시의 치수 대책 소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강남 일대의 경우 2010년부터 2020년까지 4차례나 침수됐지만 이번 호우로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는 상습침수 지대인 이 일대에 2015년부터 1조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30년 빈도(시간당 강수 95㎜) 호우 대응체계조차 완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당 100㎜ 이상 비가 쏟아지자 속수무책이었다. 하수관로 대형화, 노후 하수관로 교체, 정교한 홍수 예측 시스템 구축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다.
8일 저녁 집중호우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이 광화문 중앙재난안전본부로 이동하지 못한 점도 논란을 빚었다. 경호와 의전으로 이동 시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었다지만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대통령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남부지방은 폭염인데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호우가 쏟아졌고,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강수량 차이가 매우 컸다. 통상 2차 장마는 8월 말~9월 초 발생하는데 한 달 가까이 빨라진 셈이다. 이번처럼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극단적 강수, 장마기간 변동, 강수 일수 증가 등은 기후변화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환경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수해 예보 시스템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점이 이번 사태로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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