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 외교부장과 칭다오에서 회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대중 외교가 본격 가동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중 사이엔 공급망 안정, 북핵 등 조율이 필요한 현안이 어느 때보다 산적해 있다.
회담에서 박 장관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와 관련,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하고,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배제 성격의 칩4,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을 비판하며 한국 입장을 압박한 것이다.
왕이 부장은 “중한 양측은 독립 자주를 견지해야 한다”고도 언급해 윤 정부의 친미정책을 에둘러 경계했다. 박 장관은 북한 도발 자제를 위한 역할을 요청하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초청했다.
양국 모두 평행선 입장을 확인한 만남이긴 하나 한 차례 회담으로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현안들인 만큼 실망할 일은 아니다. 감정이 실린 발언이나 입장 차가 첨예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不) 등의 충돌을 자제한 점은 긍정적이다. 왕이 부장 말대로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그만큼 성숙하고 견고해진 증거일 것이다.
사실 한중 관계는 미중 패권 경쟁의 확대로 훨씬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있다. 양국 모두 상대 입장을 존중하며 설득으로 견해 차를 좁혀 현안을 관리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칩4만 해도 한국이 가입하지 않는다고 무산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은 직시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칩4로 대만의 반도체 위상은 더 커졌고 일본도 국익 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 반도체 수출의 60%를 중국 홍콩이 차지하는 현실을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점은 있다. 하지만 중국도 칩4가 반중 동맹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안정된 반도체 공급 약속을 받아내는 역발상에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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