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 희생자 장례식 이어져
신원 미상 희생자 묘지에 이름 대신 번호 적힌 십자가
154, 168, 245... 묘지에 세워진 십자가마다 망자의 이름 대신 번호가 적혀 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중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이들의 장례식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75일째를 맞는 날이다.
이날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 묻힌 희생자는 총 21명, 지난 9일 15명과 11일 11명에 이어 세 번째 합동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무거운 적막감이 묘지를 뒤덮었다. 안드리 할라빈 정교회 사제가 희생자 묘지 사이를 오가며 기도했지만 묘지의 주인을 알 수는 없었다. 십자가에는 이름 대신 번호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러시아군이 부차 지역에서 철수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학살 희생자의 장례식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감식 등을 실시했지만, 일부 시신의 경우 감식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결국 이름 대신 감식용 번호가 묘비명에 새겨졌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탈환하려던 러시아군은 작전에 실패한 뒤 퇴각했다. 그 후 부차와 이르핀 등 키이우 인근 소도시들에서 손이 뒤로 묶인 채 총상을 입는 등 학살 정황이 뚜렷한 민간인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특히, 최소 460명이 사망한 부차는 이 전쟁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무자비한 포격과 공습으로 마을과 도시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부차의 민간인 학살은 또 다른 비극의 서막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무고한 민간인 살상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등이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책임 회의'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45개국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 수사에 협력할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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