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후폭풍이 거세다. IRA는 북미에서 제작ㆍ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했는데, 이에 따라 전기차 전량을 국내 생산 중인 현대ㆍ기아차의 북미 판매 5개 모델이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와 정부는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대책회의에서 “매년 전기차 10만 대 수출이 막힐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한국산과 북미산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즉시 착수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야당의 발의로 ‘차별금지 촉구 결의안’ 채택까지 준비 중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통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 소지가 있다”며 “미국 측에 여러 채널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다른 수출국과도 대응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 개최될 ‘한미고위급경제대화’ 등에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당장 고위관료를 미국에 급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은 뒤늦은 느낌이 강하다. 최근 미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국 견제용 입법과 국제공조망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법과 IRA 등 입법은 물론,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IPEF)와 칩4 등 외교적 압박까지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형국이다.
관련 흐름을 미리 파악해 선제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이번 IRA 입법에 어떤 대처를 했는지 납득할 설명조차 내놓지 못한다. 애초 ‘중국산 배터리 사용 전기차에 보조금 제외’ 항목이 상원을 거치며 ‘북미 내 조립’으로 훨씬 강화됐는데도, 정부는 고작 “미국에 보조금 제외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수준의 대응에 그쳤다. 갈수록 거세질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 압박을 감안하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역발상과 함께 국가적인 산업 피해 예방 체계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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