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10월부터 적용되는 일본의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이 961엔으로 확정됐다고 지난주 일본 후생성이 밝혔다. 이를 최근(26일) 환율로 환산하면 약 9,342원인데, 내년도 우리나라 최저임금(9,620원)보다 낮다. 연말까지 지금 환율 수준이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사상 처음 한일 간 최저임금이 역전되는 것이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최근 2년 연속 최대폭(3.1%, 3.3%)으로 인상됐지만, 올 들어 뚝 떨어진 엔화가치로 비교우위가 사라졌다. 지난해 100엔당 평균 1,041.92원이었던 원ㆍ엔 환율은 최근 972.07원까지 급락했다.
□ 최저임금뿐이 아니다. 달러로 표시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구치 유키오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까지 치솟을 경우, 2년 전인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도 일본을 앞서게 된다고 분석했다. 양국 수출액 격차(1~5월 162억 달러)도 역대 최저로 좁혀졌다. 지난 5월 수출액은 한국(616억 달러)이 일본(563억 달러)보다 많았는데, 하반기에는 누적 수출액 규모가 역전될 수도 있다.
□ 한국이 이미 일본을 앞선 지표도 여러 개다. 물가와 환율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는 2018년 한국(4만3,001달러)이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국가별 실질임금에서도 한국은 2015년 일본을 넘어섰다. 양국 최대 기업의 시가총액도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도요타를 앞지르고 있다.
□ 당초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 역전은 2027년께로 전망(지난해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됐지만 올해 극단적인 엔저로 시점이 확 당겨졌다. 단기적인 환율 효과 착시를 감안해도 양국의 경제력 격차가 점점 좁혀지는 추세는 사실이다. 일본에선 경제의 쇠락 이유로 디지털전환 실패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대학 경쟁력, 영어능력 도외시 같은 다양한 분석과 반성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은 격차 축소와 역전에 환호할지 몰라도, 일본을 10~20년 차이로 뒤따라간다는 한국이 흘려들을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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