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이번 주 말 자포리자 도착"
26일 방문 협상 타결 후에도 교전 계속돼
지역 당국 아이오딘 배분, 대피 계획 수립
'체르노빌 악몽' 우크라…"참사 반복 안 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이 진통 끝에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점검 임무를 시작했다. 일단 시찰이 시작되면 원전을 둘러싼 긴장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전 방문 협상이 타결된 후에도 포격이 멈추지 않자 지역 당국은 방사능 유출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피폭 방지 알약까지 배포하고 있다.
IAEA 자포리자 점검 임무 시작
29일(현지시간) 오전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을 향한 IAEA의 지원 임무가 시작됐다"며 시찰단이 우크라이나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교전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탓에 시찰단은 이번 주 말쯤 자포리자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IAEA는 원전 접근 허용을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러시아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IAEA가 오스트리아와 튀르키예(터키)를 오가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정부와 각각 협상을 벌인 끝에 시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IAEA 시찰단은 각국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구성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찰단 14명 중엔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는 미국·영국 출신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폴란드·리투아니아와, 러시아와 가까운 세르비아·중국 출신 등이 고루 들어갔다. 이들은 원전 내부를 점검하고 포격으로 파손된 시설을 수리할 계획이다.
올해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에선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이 원전을 군사 기지로 이용하면서다. 지난 25일엔 원전의 원자로 6기 가운데 아직 가동 중인 2기에 전력 공급이 1시간가량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비상 전력이 가동돼 참사를 막았지만, 냉각장치가 멈춰 원자로의 노심이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벌어질 수 있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이렇게 발생했다.
원전 인근 주민에 '아이오딘' 배포…비상사태 대비
IAEA 시찰단의 원전 방문은 지난 26일 타결됐지만, 이후에도 원전 인근 포격이 계속돼 주민들은 여전히 방사선 피폭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앞서 27, 28일에도 자포리자 근처 도시들이 공격당해 일부 지역은 전기가 끊기고 주택 수십 채가 파괴됐다.
이에 원전 인근 에네르호다르 지역 당국은 발전소 주변 35마일(약 56km)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아이오딘(요오드) 2만5,000정을 배포했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방사성 물질이 갑상샘에 축적돼 갑상샘암에 걸릴 수 있는데, 아이오딘을 미리 복용하면 축적을 막을 수 있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경보 시스템과 대피 계획도 수립됐다. 올렉산드르 스타루흐 자포리자 지방 군사행정국장은 "우크라이나 관할 지역과 러시아 점령 지역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경보 시스템을 고안했다"며 "실제 위험이 발생하면 생각할 여유가 없을 테니 사전 승인된 대피 계획을 꼭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악몽이 되풀이될까 우려하고 있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 근처 마을 루뱐카에 살던 발렌티나 트카첸코는 방사선 피폭으로 가족이 죽었다고 NYT에 전했다. 그는 "말로는 이 재앙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체르노빌의 역사가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전 세계에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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