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 원으로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짠 첫 예산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2조 원 많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총지출 679조 원보다는 41조 원가량 줄어든 긴축 예산이다. 정부 총지출이 감소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정부는 예산 긴축에도 역대 최대인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서민·사회적 약자 보호 확대 등에 재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과 복지 확대의 두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국가 부채 확대를 용인해온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비판해 온 현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 나랏빚을 줄이겠다”는 원칙으로 예산안을 짠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올 하반기부터 경제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상황에서 긴축 재정이 실현 가능한가 의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경기 둔화와 금융ㆍ외환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그 대책은 “법인세 소득세 경감을 통한 민간 경제 활력 지원”이라고 밝혔다. 감세로 ‘복합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동시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사회안전망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감세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재정건전성도 강화하는 계획의 아귀를 맞추기 위해 2026년까지 연평균 세수 증가 폭(올해 본예산 대비)을 7.6%로 잡은 것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또 무리한 지출 구조조정 탓에 대통령 공약인 110개 국정과제에 쓰일 올해 예산도 11조 원 편성에 그쳤다. 209조 원이 필요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임기 말까지 예상 국세 수입 증가분 54조4,000억 원을 모두 쏟아부어도 139조 원이 부족하다. 대선 공약이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커졌다.
무리한 긴축 예산이 윤석열 정부 운영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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