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추석 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상임전국위원회가 2일 비대위 전환의 요건인 ‘비상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96조1항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로 명시함으로써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의 기능 상실 등이 발생할 때’라는 기존 기술을 명확하게 고친 것이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권한이 비대위 구성으로 상실된다는 점도 못 박았다. 5일 전국위원회 최종 의결로 절차적 보완 작업을 마치면 8일 새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속전속결 행보를 두고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법원이 ‘비상상황’의 근거가 없다며 퇴짜를 놨음에도 맞춤형 꼼수 당헌개정으로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든다는 아집에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눈엣가시’인 이 전 대표를 밀어내고 당 주도권을 쥐려는 ‘윤핵관’ 등의 무리수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평가가 많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조차 “윤리위가 경찰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 전 대표 징계를) 너무 일찍 서두른 면이 있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28일 소집이 예정된 당 윤리위도 뇌관이다. 의총에서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신군부’ 발언에 추가 징계를 촉구하자 윤리위가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화답한 걸 보면 내홍은 더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 조짐이다.
‘전국위 개최 금지’를 요구한 이 전 대표의 세 번째 가처분신청 등으로 새 비대위 출범 자체가 불확실한 데도 이에 집착하는 건 무책임하다. 상당수 의원들은 부정적이지만 '윤심'을 의식해 침묵한다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27%·한국갤럽 2일)이 여전히 저조한 것도 끝이 안 보이는 여당 내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민의 피로감은 쌓일 대로 쌓였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즉각 사퇴해 정치적 돌파구를 열고, 이 전 대표도 선당후사하는 노력을 보이기 바란다. 민생과 관련없는 그들만의 권력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인내력이 임계점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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