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관악수목원과 안양예술공원
“마음을 열고 인사를 나눠 볼까요?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모르는 사람과의 첫인사가 그렇게 어색할 수 없다. (아는 사이였어도 민망했을 듯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사람까지 손뼉을 마주치니 가식적인 웃음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지난 16일 안양 석수동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진행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관악수목원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받는 일반 수목원이 아니다. 사진 찍기 좋도록 일부러 정원을 예쁘게 가꾸지도 않았고, 숲길과 벤치 몇 개를 제외하면 소풍을 즐길 만한 편의시설도 없다. 1967년 조성 이래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 온 학술림으로, 1,051헥타르의 면적에 1,1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공식적으로 일반인이 관악수목원에 입장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다. 오전 오후 각 1회, 9명 이하로 진행한다. 사실상 하루 18명에게만 온전히 허락되는 숲이다. 안양시 산림복지 통합예약시스템(anyang.go.kr/forest)에서 매달 21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달 프로그램을 선착순으로 예약받는다. 종종 관악산 등산객이 후문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다. 수목원에 머물 수 없고 곧장 정문으로 나가야 한다.
참가자들끼리 인사를 마치자 곽종일 산림치유지도사가 나무 막대기 하나씩을 나눠준다. 프로그램 내내 친구가 될 물건이다. 몸풀기부터 시작된다. 막대를 어깨나 손바닥에 올린 채 전후좌우로 스트레칭을 한다. 허리를 굽힐 때는 땅 냄새를 들이켜고, 젖힐 때는 소나무 가지 끝으로 보이는 하늘을 담는다.
몸풀기가 끝나면 조붓한 숲길을 걷는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5분간 아무 말 없이 침묵한 채 걷는다. 숲과 교감하는 시간이다. 침묵 산책이 끝나면 산벚나무 그늘 아래 잔디밭에서 숲속 명상이다. 눈을 감으면 귀가 열린다. 작은 풀벌레소리와 나뭇잎이 팔랑거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자연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는 과정이자 자신의 내면과 접하는 시간이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무아지경이 최상이라는데, 안타깝게도 아주 희미한 비행기 소리까지 감지했으니 실패다.
명상이 끝나면 막대놀이로 이어진다. 제자리에서 돌아 잡기, 둥글게 원을 그리고 일행과 바꿔 잡기 등 간단한 동작이지만 실수 연발이다. 그때마다 중년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숲속으로 퍼진다. 그러고 보면 놀이가 필요한 대상은 유아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이다.
개울가로 나오니 탁자 위에 다기 세트가 준비돼 있다. 하얀 보자기 위에 발갛게 물든 감나무잎을 꽃잎처럼 펼치고 찻잔을 올려 놓았다. 가을이 곱게 내려앉았다. 미리 우려놓은 수국차 한잔을 머금는다. 숲의 감미로움이 입안에 은은하게 번진다. 약 2시간의 체험이 순간처럼 지나갔다. 수목원은 치유프로그램 외에 무료 목공체험도 운영한다. 준비된 목재를 조립해 사포로 갈고 기름을 입혀 트래이(쟁반)를 만든다.
수목원 바로 앞 계곡은 안양예술공원이다. 1970년대까지 여름철이면 하루 5만 명이 찾던 ‘안양유원지’가 공공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약 1.5㎞ 계곡과 주변 산자락에 60여 점의 설치미술이 숨겨져 있다. 숲과 계곡 산책이 보물찾기나 마찬가지다.
대표작으로 네덜란드 MVRD의 작품 ‘전망대’가 있다. 등고선을 연장해 산의 높이를 확장한 작품이자 실제 전망대다. 약 140m 나선형 통로를 따라 꼭대기에 오르면 계곡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관악수목원 앞 ‘바위 위의 선으로 된 집’도 눈길을 끈다. 주차장과 야외공연장을 잇는 원통형 통로이자 작품이다. 계곡 중간쯤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에서 안내책자를 받을 수 있다. 주차장은 예술공원 초입과 끝, 두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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