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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달러 가치가 더 오른다면 그것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낙타(신흥국)의 등을 부러뜨릴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미 달러 강세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있다’는 기사에 담긴 신흥국 시장 전문가의 경고다. 21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 확실해지자, 달러 가치 상승 속도가 더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 지난 50년간 세계 경제에는 이번을 포함해 3번의 ‘킹달러’ 시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1980년대 초, 당시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꺼낸 고금리 정책이 원인이다. 물가는 잡았지만, 달러 가치가 올라가며 경상적자가 커졌다. 결국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프랑스 서독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이 화폐가치를 절상해 미 달러 가치를 낮추기로 했다. 그 여파는 일본 거품경제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
□ 두 번째 ‘킹달러’는 플라자 합의로 인한 약달러 기조에도 경상적자가 줄지 않자, 미 정부가 자본수지 흑자를 늘려 미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달러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시작된다. 이 정책이 ‘루빈 독트린’이다. 1995년 주요 선진 7개국(G7)이 모여 달러를 부양한다는 ‘역플라자 합의’를 내놓는다. 그 결과 단기간에 달러가 미국으로 쏠리며, 1997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초래한다. 미국 거품경제의 시작이기도 하다.
□ 올해 진행되는 세 번째 ‘킹달러’ 진행 속도는 이전 두 번보다 빠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 가치인 ‘ICE 미 달러지수’는 올해 14%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지수가 만들어진 1985년 이후 최대폭이다. 전 세계는 식량, 에너지,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고통받고, 미국도 해외 투자 대기업의 피해가 막심하다. 아마 이번 ‘3차 킹달러’도 미 정부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요 31개국 중 8번째로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큰 우리나라는 더욱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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