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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피크 차이나' 반성

입력
2024.04.28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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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P=뉴시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미국외교협회(CFR) 발간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스’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는 많다. 냉전 봉쇄정책 설계자 조지 케넌의 ‘긴 전문’도, 냉전 후 국제분쟁을 예고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도 이곳에 공개됐다. 최근 들어 주목받은 기고에 중국 한계론인 ‘피크 차이나’가 있다.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베클리와 할 브랜즈는 2021년 ‘피크 차이나 시대에 온 걸 환영한다’는 글에서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중국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 이듬해 이들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란 책을 써 국내에도 충격을 주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시한폭탄’ 발언이나, ‘포스트 차이나’ 담론이 나오는 것도 피크 차이나의 연장선이다. 모르긴 해도 한중관계 재설정에 나선 우리 정부의 대중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포린 어페어스가 최근호(5·6월호)에 ‘피크 차이나의 망상’을 게재했다. 피크 차이나에 기반한 정책이 위험하다는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의 경고 글이다.

□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그는 정점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은 심각한 도전자이며, 미국이 떨쳐낼 수 없다고 봤다. 경제적 정점과 지정학적 정점은 다르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래서 정책에서 미국이 원하는 게 아닌 중국이 무엇을 하는지에 초점을 두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얼마 전 미중 양국에서 발생한 컨테이너선에 의한 교각 충돌 사고 대응은 이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 볼티모어항 교량 붕괴 후 바지선이 다닐 정도의 좁은 ‘임시 수로’가 열린 건 사고 발생 엿새 만이었다. 잔해 제거가 늦어져 정상운행, 교량재건 시기는 예상조차 안 나온다. 이보다 먼저 일어난 중국 광저우 사고는 경위가 유사했으나 대처 방식이 전혀 달랐다. 다음 날부터 기술자와 장비가 대거 투입돼 사고 이레 만에 차량, 선박까지 이동이 가능한 ‘임시 교량’이 설치됐다. 교각 길이가 훨씬 짧긴 하나 중국 방식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미중 패권 대결을 경제는 '피크 차이나'로, 정치는 자유민주와 권위주의 대결로 구분해 마냥 편하게 바라보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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