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갖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협의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21일 회동할 것에 대비해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현안을 조율한 것이다. 양국 외교부 모두 정상들이 실제로 만날지, 정식 회담 형식이 될지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라, 두 장관이 이 문제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회담에서 징용 피해자들 입장과 민관협의회 논의 사항을 하야시 요시마사 장관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외교부가 정부 협상안을 마련하고자 발족한 민관협의회는 7~9월 네 차례 회의를 갖고 정부 예산이 아닌 한일 기업 출연금을 활용한 대위변제 방식으로 피해 배상을 하자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협의회 성격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공식 협상에 앞서 양국 입장을 감안한 절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해 제시한 셈이다. 일본 외무성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외교당국 간 이뤄지고 있는 건설적 교환을 평가한다"고 밝혔는데, 이전보다 진전된 반응으로 보인다.
징용 피해 배상은 한일 교착관계를 풀기 위한 선결과제다. 박 장관은 국내 각계 의견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하야시 장관에게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다고 하는데, 이젠 일본이 공을 넘겨받아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차례다.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의 책임은 오롯이 일본에 있는 만큼,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전범기업의 사죄와 배상에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양국 외교장관이 5월부터 네 차례 회담을 통해 살려낸 관계 회복 동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3년 가까이 공식 회담이 없었던 양국 정상 외교를 되살려야 할 시점이다. 여건상 정상회담이 어렵더라도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만날 필요가 있다. 정상들이 국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징용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북한 전술핵 위협, 수출 규제, 지소미아 종료 등 양국 간 산적한 문제도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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