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됐다. 교육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걸 막고 교육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설한 국교위가 출범도 전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가 22일 발표한 국교위 위원 19명에는 이 전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이 지명한 5명과 국회가 추천한 9명, 단체 추천 3명, 당연직 2명이 포함됐다. 여야가 추천하는 인사는 교육에 대한 입장 차이를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걸 감안하면 대통령 지명 인사는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야 한다. 국교위법 제1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을 맡는 등 정치색이 짙은 데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선덕여왕에 빗댄 발언으로 논란까지 불렀다. 교육계 경륜이 풍부하다 한들 이런 인식으로 첨예한 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다른 4명도 보수 일색이다. 그 외 위원들도 정파성이 뚜렷하거나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장 올해 말까지 국교위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해야 하는데, 한국사 서술 방식 등에서 정파 갈등이 불붙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교 체계와 대학입시 개편 같은 중대 사안도 원활히 협의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지난 정부 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교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국교위 위상 하락은 예상이 됐다. 실제 국교위는 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은 27일에야 출범하는 데다 공무원 31명 규모의 왜소한 조직이 됐다. 예산도 크게 줄었다. ‘만 5세 취학’ 같은 민감한 사안을 덜컥 발표부터 할 만큼 정부가 교육 정책에 무심한 상황에서 국교위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내 편 네 편 갈라온 위원들에게서 균형 잡힌 판단과 미래 교육 비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