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26일 1,430원대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9.7원 오른 1,419.0원에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에 이미 1,430원마저 상향 돌파한 후 전날 대비 22원 오른 1,431.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돌파한 건 2009년 3월 17일(고가 1,436원) 이후 13년여 만이다. 환율 급등에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3.02%, 5.07%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이 재연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환율 속등세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여진에, 23일(현지시간) 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800억 달러 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탓에 빚어진 ‘파운드화 쇼크’가 덮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감세안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예산 조달이 통화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 결과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인 파운드당 장중 1.0327달러까지 떨어지는 폭락세가 나타났다.
가파른 환율 상승세에 정부는 “강달러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은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가능성, 외환당국ㆍ국민연금 외화스와프, 국내 거주자 외환거래 모니터링 등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대세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환투기를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비거주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입 규모는 60억8,000만 달러(잠정치)까지 늘어 투기수요 유입이 뚜렷이 나타났다. 특히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검은 머리 외국인’의 준동을 경고했다. 여차 하면 NDF든, 내국인 거래든 환투기 제어용 비상조치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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