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에 한 달 새 197억 달러 감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
한은 "외환보유 충분... 세계 8위 수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두 번째 큰 폭으로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90원 이상 치솟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9월 말 외환보유액이 4,167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전월 대비 196억6,000만 달러 줄었는데, 2008년 10월(274억 달러 감소)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크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원인으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달러 가치 절상(8월 대비 3.2%)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을 언급했다.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화를 푸는 조치 등을 뜻한다. 9월 말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대비 92.6원 상승(종가 기준)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 상승 기대 때문에 수입업체는 외환을 앞당겨 매입하고 수출업체는 달러를 늦춰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쏠림 현상(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했고 시장 회복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유가증권(국채·회사채 등), 예치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IMF 출자금 중 되찾을 수 있는 금액인 IMF포지션 모두 감소했다. 그중 91%를 차지하는 유가증권 감소액은 155억3,000만 달러였다.
다만 전체 외환보유액 대비 감소폭, 즉 감소율은 -4.5%로 1971년 이후 32번째였다. 2008년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2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도 전월 세계 9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외환보유액 축소 최소화하는 방안 찾아야"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자 한은은 전날 이례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오 국장은 "외환보유액은 의심할 여지없이 충분하다"며 "외환위기라는 얘기는 우리 경제를 묘사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르는 대외자산을 갖고 있고 △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같은 신용등급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견실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며 △금융위기(70억~80억 달러 감소) 대비 외환보유액 월평균 감소액은 47억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명회 당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단기외채(외국에서 만기 1년 이하로 빌려온 대출) 비중이 40%를 넘겼고,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축소는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논평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나 외국 및 국제 통화당국을 위한 임시 레포기구(FIMA Repo·피마 레포)처럼 "외환보유액 축소를 최소화하면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마 레포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맡기면 달러를 공급해주는 상설 기구다. 오 국장은 그러나 "(피마 활용이) 다급하지 않고 미국 국채시장 상황을 보며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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