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여러 개 이용한다. OTT마다 특징이 있다. 넷플릭스는 공룡 OTT답게 물량공세가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매주 ‘주간 넷플릭스’라는 이름의 이메일을 통해 새로 공개되는 주요 작품 5편 정도를 소개한다. 실제 공개되는 신작들은 더 많다.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마다 새로 추가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들에 숨이 막힐 정도다. 그렇다고 다다익선은 아니다.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 않다. 당분간 넷플릭스의 전략은 질보다 양인 듯하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18세 이상 시청 가능한 콘텐츠를 부쩍 늘린다는 인상이 강하다. 성기가 노출되거나 피가 흥건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졌다. 마블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주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위주라는 선입견을 떨치기 위해 애쓰는 듯하다.
요즘 눈여겨보는 OTT는 애플TV플러스다. 시가총액 전 세계 1위인 애플이 운영하는 서비스다. 고급스러운 소품종을 생산하는 애플의 특징이 스며 있다. 콘텐츠가 많지는 않으나 대체로 만듦새가 빼어나다. 애플TV플러스가 배급한 영화 ‘코다’(2021)는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았다. OTT 최초였다. 매년 홍보비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오스카 작품상 수상을 노려왔던 넷플릭스로서는 한숨이 나올 일이었다. 드라마 쪽은 더 강세다. ‘테드 래소’는 지난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코미디시리즈상과 남우주연상(제이슨 서데이키스) 등 7개 상을 받았다. 올해 공개한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은 에미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애덤 스코트) 등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애플TV플러스 속 영화와 드라마 대부분은 고화질(4K)에 고음질(돌비 애트모스)이다. 알맞은 TV와 오디오를 갖추면 거실이 작은 영화관이 된다. 높은 제작비와 유지비에도 불구하고 고화질과 고음질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셋톱 박스 애플TV를 팔기 위해서다. 애플TV는 화질과 음질을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해준다.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애플의 노림수가 보인다.
최근 접한 소식 하나는 애플의 진로를 가늠하게도 한다. 세계적인 게임 회사 EA스포츠가 지난달 30일 출시한 게임 ‘피파(FIFA) 23’에 ‘테드 래소’의 등장인물과 팀을 포함시켰다. ‘테드 래소’는 미국 미식축구 감독이 난데없이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팀 AFC 리치먼드(물론 현실에선 없는 팀이다) 감독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 있다 보니 실제 팀과 선수들로만 구성됐던 ‘피파’ 게임에 허구 인물과 가상 팀까지 등장시키게 됐다. ‘피파’ 게임 이용자는 전 세계 1,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애플TV가 게임기 기능을 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애플TV플러스 드라마와 영화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1989년 일본 전자제품 회사 소니는 48억 달러를 들여 미국 영화사 컬럼비아픽처스(현 소니픽처스)를 인수했다. 오가 노리오(1930~2011) 당시 소니 총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두 바퀴나 마찬가지다”라는 지론을 펼쳤다. 소니가 TV와 VCR 등 여러 전자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선 콘텐츠 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속성이 있다. 영상산업 변혁기, 애플을 IT 전문업체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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