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용 첨단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과거 화웨이 제재처럼 개별 기업이 아니라 특정 기술을 기준으로 중국에 포괄적 고강도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이다.
다행히 미국이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은 개별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이 경우는 허가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발표 전부터 미국과 다양한 경로로 협의해 왔다고 밝힌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번 조치가 우리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장은 큰 어려움이 없더라도 한국 기업이 중국 공장 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해 반도체 장비를 구입할 때마다 미국에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D램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반입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가 반대해 보류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가량을, SK하이닉스는 D램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만들고 있다. 중국 공장에 대한 기술 투자가 까다로워진다면 중장기 전략에 차질을 피하기 힘들다.
물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나서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차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촉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중국 시장에 등을 돌리기도 어렵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 특히 세계 1위 반도체 생산국의 위상을 활용해 미국과 중국에 우리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민관 모든 채널을 총동원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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