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저출생 극복과 경제 지속성장을 위한 성장동력 육성에 재정 투입의 최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정부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중점 투입 분야를 저출생 극복ㆍ성장동력 육성ㆍ민생안정 등 3개 분야로 꼽았다. 하지만 늘어나는 지출 수요에 대응한 세수 증대나 적자재정 편성 대신, 불요불급한 지출을 더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해 일각의 확장재정 요구엔 재차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재정 운용이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특히 국가 존립과 직결된 국가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의 전면 폐지와 투자규모 대폭 확충을 당정에 당부했다. 아울러 취약계층 대상 기초연금ㆍ생계급여와 학생 장학금도 늘리고, 의료개혁 5대 재정투자도 차질 없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전략회의는 예산편성에 관한 당정대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자리다.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수입ㆍ지출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쓰임새는 강조된 반면, 재정 확보 전략은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기 위해 정부 허리띠를 더 졸라맨다”는 상투적 얘기밖에 논의된 게 거의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202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 초ㆍ중반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며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문제는 ‘허리띠 더 졸라매는’ 방식만으론 증가하는 재정 지출 수요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년 대비 2.8% 증가한, 사실상 긴축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이미 20조 원 이상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반면 저출생 대응예산이나, 차세대 반도체산업 육성 재정 지원 확대 필요만 감안해도 지출예산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려면 향후 예산 논의에서 증세 등 여타 재정 확충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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