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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안 팔면 무기도 안 팔아"… 미 의회, 사우디에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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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안 팔면 무기도 안 팔아"… 미 의회, 사우디에 '최후통첩'

입력
2022.10.11 20: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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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오펙 처벌' 법안 만지작
하원은 사우디 주둔 병력·무기 철수 법안 발의
"중간선거 이전 휘발유 가격 오를까 전정긍긍"

로버트 메넨데즈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결정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 무기 수출 중단을 비롯해 사우디와의 모든 안보 협력을 중단할 것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버트 메넨데즈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결정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 무기 수출 중단을 비롯해 사우디와의 모든 안보 협력을 중단할 것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의회가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도 원유 감산을 결정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단단히 화가 났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사우디에 모든 무기 판매를 막겠다”고 선언했고, 의원들은 후속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 관계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메넨데즈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가 원유 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 “무기 판매를 포함해 사우디와의 모든 안보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는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20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2%에 달하는 대규모 감산이다.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에 근접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번 감산 결정을 주도한 사우디에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외면 논란을 무릅쓰고 올해 7월 사우디를 방문했는데도 사우디가 미국을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든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AP통신은 “산유국의 감산 결정은 고유가로 이어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수행에 금전적 뒷받침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사우디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다시 내놓을 때까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사우디와의 어떠한 협력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외국에 무기를 팔 때 의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된 법적 권한을 이용해 사우디에 미국 무기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의미다. 폴리티코는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 외교 정책 입법에 관해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며 “의회 전체가 무기 판매 금지에 동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국방·안보 분야에서 미국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7~2021년 미국이 해외에 판매한 무기 23%를 사우디가 사들였다. 미국은 무기 수출 허용 여부를 중동 정책의 지렛대로 이용해 왔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의혹을 받자 두 나라에 공격용 무기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올해 8월에는 원유 증산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수출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알 살람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 제다=UPI 연합뉴스

올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알 살람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 제다=UPI 연합뉴스

미 의회는 무기 수출 금지로 끝날 기세가 아니다. 민주당 소속 톰 맬리나우스키, 수전 와일드, 숀 케이스튼 하원의원은 사우디 주둔 미군 병력과 무기를 철수하는 법안을 얼마 전 제출했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오펙을 반독점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을 포함해 모든 입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딕 더빈 상원 원내부총무도 “사우디는 미국에 신뢰할 만한 동맹이었던 적이 없다”며 적극 거들었다.

미국 의회, 특히 민주당이 이토록 예민한 건 다음 달 중간선거 지지율 때문이기도 하다. AP는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부담이 크다”고 짚었다. 앞서 백악관은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오펙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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