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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과 성범죄 공소시효

입력
2022.10.18 18:00
수정
2022.10.18 18:03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김근식을 태운 호송차가 16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미성년자 성폭행범 김근식을 태운 호송차가 16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2006년 5~9월 서울, 인천, 경기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간 복역했던 김근식(54)이 출소 하루를 앞둔 지난 16일 다시 수감됐다. 김근식 출소 뒤 거주할 시설의 진입로까지 강제 폐쇄할 정도로 불안에 떨던 시설 이웃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 김근식은 2006년 9월 수감돼 15년을 복역했는데, 이번에 다시 구속된 건 같은 해 상반기에 저지른 범행 때문이다. 미성년자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7년이고, 범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건 2013년 6월이다. 만일 공소시효를 없앤 법률이 그해 10월이나 11월에 시행됐다면 김근식은 이번에 자유의 몸이 됐을 터다. 거슬러 올라가면 장애인과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건 청각장애인학교 교직원들의 성폭행 사건, 이른바 도가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특례법이 제정된 덕분이다. 파렴치한 성범죄자에게 주어져야 할 응보(應報)제도의 발전은 가녀린 장애인들이 당한 끔찍한 성적 유린과 희생에 빚지고 있는 셈이다.

□ 공소시효의 불가피성은 시간경과에 따른 증거 멸실, 증거 멸실에 따른 소추의 어려움, 법적 안정성 도모 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범인필벌’이라는 국민들의 정의감정에 반하고,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흉악범죄ㆍ성범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ㆍ폐지 목소리는 높아지는 분위기다. 예컨대 2015년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만들어지면서 형사처벌이 가능해진 미제사건은 300건에 가깝다. 법 개정 이후 2002년 발생했던 서울 구로구 호프집 여주인 살해사건의 범인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되는 등 효과는 분명하다.

□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말할 것도 없고, 성범죄는 신체적ㆍ정신적 후유증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살인에 준하는 중범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강간 등 상해치상(공소시효 15년), 강간ㆍ강제추행(공소시효 10년) 등의 공소시효가 너무 짧아 이를 연장하자는 법안이 꾸준히 발의되는 이유다. 공소시효가 법적 안정성과 국민적 응보감정 사이의 타협이라면 시대가 변화한 만큼 타협의 무게 추를 옮길 때도 됐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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