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최연장자 진(김석진)을 필두로 일곱 멤버가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진은 재작년 말 병역법 개정으로 만 30세인 올해 말까지 입영을 늦출 수 있는데도 입영 연기를 취소해 입대를 앞당기기로 했다. BTS의 성공을 계기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거센 가운데 당사자들이 직접 병역 의무 이행 계획을 밝혀 상황을 매듭지었다. 절정기에 그룹 활동이 공백을 맞게 된 점은 아쉽지만, BTS에 대한 공적 기대에 부응하는 결정이다.
돌이켜 보면 4년 넘게 이어진 논란이었다. BTS가 2018년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연달아 오르며 신기원을 이루는 와중에, 축구·야구 등 그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들이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어 병역을 면제받은 게 발단이었다. 병역법상 특례 명분이 '국위선양'이니 BTS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정작 BTS 멤버들은 "때가 되면 군대에 가겠다"고 일관되게 밝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여론 눈치에 오락가락하며 논란을 키웠다. 2019년 11월 정부는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넣지 않기로 했다. 병역 의무 이행의 공정성·형평성,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을 감안한 것으로, 기존 대체복무 인원을 대폭 줄이기까지 했다. 그래 놓고 여야는 정부 결정을 뒤집는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군불을 땠고 정부도 문체부를 중심으로 딴소리를 냈다. 이번 정부에선 다름 아닌 국방장관이 BTS 병역 문제를 여론조사에 부치겠다고 했다가 빈축을 샀다.
병역 이행은 헌법상 국민의 의무이자 민감한 공정성·형평성 문제다. '콩쿠르 입상자는 되고 빌보드 1위는 안 되느냐'는 특례 제도상 형평성 시비도 일리가 없진 않지만, 이는 특혜를 늘리기보단 줄이는 쪽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BTS의 원칙 있는 결정을 계기로 병역 특례 제도를 폐지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재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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