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원화 환율의 수출 영향 감소와 시사점'
가격경쟁력→기술경쟁력, 수출 패러다임 변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산업이 수출에서 환율 영향력은 과거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원화 환율의 수출 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을 기점으로 실질실효환율의 수출에 대한 영향이 0.71%에서 0.55%로 떨어졌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물가 변동,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각국 통화의 실질가치를 나타낸다.
통상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지면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비중이 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 실질실효환율의 하락 폭이 커지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의 수출 비중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경쟁력은 '옛말'... 이제는 '기술경쟁력'으로 승부
보고서는 달라진 수출시장 패러다임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후로는 기술경쟁력이 더 중요시되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혁신주도형 산업발전 정책을 실시하면서 수출 구조가 고도화됐다. 그 결과 기술 집약도가 낮은 산업군의 수출 비중은 낮아지고,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기술 및 지식 집약적 산업 수출이 증가했다. 기술 집약도가 높을수록 가격보다는 수출 제품의 품질,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경쟁 요소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수출 가격에 영향을 주는 환율 영향이 감소한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산업들은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 차별화를 바탕으로 한 독과점 이윤을 창출하며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해당 산업에서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위다.
수출 품목에서의 중간재 비중 상승도 환율의 영향을 낮추는 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올라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했다. 반면 최종재 수출 비중은 지난해 27%에 그쳤다. 특히 중간재 중에서도 부품 비중은 감소했고, 반제품 수출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생산의 분업이 기업 내 무역, 해외 생산 등의 형태로 이뤄져 환율 변동의 영향이 약해지는 이유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출에서의 환율 영향, 다시 커질 수도...대책 마련 필요
빠르게 바뀌는 글로벌 환경에서 환율 변동 영향력의 감소는 대외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불안정한 국제 환경에서 비롯한 환율 변동폭 상승이 국내 기업 및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약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 두드러지는 미국 주도의 리쇼어링(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수출과 환율의 관계가 다시 밀접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환 리스크에 취약한 산업의 환위험을 관리, 지원하는 금융 환경을 마련하는 등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핵심 원자재 및 부품의 안정적 확보, 국제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이 심화되지 않도록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구조로 나아가기 위해 국내 제품의 기술 고도화를 통한 비교 우위 차별화와 공급망의 주도적 지위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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