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사고에 대해 허영인 SPC 회장이 21일 “책임을 통감하며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특히 사고 다음 날에도 사고 장소 근처에서 작업을 강행한 행태를 두고 소비자들의 분노가 확산하는 데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저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생산과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한 결과가 이번 참사를 빚었다”는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사과에 이어 SPC는 안전시설 확충과 작업환경 개선 등에 3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사외 전문가와 현장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노동계 반응은 싸늘하다.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적발된 제빵·카페 기사 불법 파견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이듬해 노조와 시민단체, 가맹점주들과 맺은 사회적 합의도 지금까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PL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 특별연장근로 같은 방식으로 장시간 근로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기계에 안전장치가 없었던 직접적 원인뿐 아니라 피로 누적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망한 노동자는 평소 격무를 호소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한계에 내몰리는 사이 SPC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까지 빵을 납품하면서 제빵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값싼 노동의 대가로 SPC는 지난해 매출 7조 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제빵공장에서 숨진 노동자의 빈소에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놓고 간 SPC의 처사는 그간 이 기업이 노동자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 묻은 빵 안 먹겠다’며 불매운동에 나선 소비자들의 분노 앞에 SPC는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기업 전반에 만연한 노동 경시 풍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번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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