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국내 반중 정서는 언론의 부정적 보도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마련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다. 그는 “한국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점이 현재 양국 국민 감정의 불화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감안해도 반중 정서의 원인과 추이를 읽지 못하는 중국의 일방주의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발언이다.
싱 대사 지적대로 한중 양국의 상호 호감도가 높지 않은 것은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사태다. 하지만 산발적이던 반중 정서가 확산된 계기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였다. 당시 보복 조치인 한한령과 한국을 ‘소국’으로 모욕한 중국에 한국인들은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양국 관계는 이후 외교적으로 회복됐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거듭된 역사, 문화 시비 속에 한국인 감정은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심각한 상황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국 비호감도가 일본보다 높아진 데서 잘 드러난다. 온라인 공간에서 호전적인 중국의 애국주의를 접한 2030세대는 장년층에 비해 반중 정서가 거의 두 배 높았다. 반중이 반일보다 더 문제인 지금 중국대사의 언론 탓은 한가해 보일 정도다.
싱 대사는 ‘제20차 당대회에서 중국이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냐’는 질문에 “제주도도, 하와이도 독립하겠다면 인정해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 것이라 해도 대만 문제를 제주도 독립에 빗댄 것은 생뚱맞은 논리다.
작년 초 부임한 싱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대선 출마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 ‘중국 레이더 철수’ 발언을 비판해 정치개입 논란도 샀다. 그때그때 중국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대사의 고유 업무인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한중이 중요한 이웃이라면 일방적인 자국 논리만 앞세운 언사로 대중 감정을 악화시킬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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