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살상 무기 제공 사실 없어"
중·사우디·인도·북한 등 협력관계 강조
대만 방문한 펠로시에는 '할머니' 지칭
"핵무기 존재하는 한 위험 있어" 되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한국을 지목해 직접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우리 주권 문제”라며 맞받아쳤다.
“한국이 우크라에 무기·탄약 제공”
27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국제 정세를 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스푸트니크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외한 방탄 헬멧,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했지만 “살상 무기는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돌연 한국을 겨냥한 셈이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핵 프로그램과 관련 합의에 거의 도달했지만, 미국이 입장을 바꾸고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한 직후 한국을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늘 인도적, 평화적인 지원을 국제사회와 연대해왔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중국, 인도,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세계 질서 재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개방돼 있고 효율적”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가까운 친구”라고 불렀다.
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왜 미국의 ‘할머니’가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도발하는가.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망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해 중국의 반발을 부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할머니라고 부른 것이다.
이에 맞춰 러시아 외무부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중국은 러시아 국민이 푸틴 대통령 지도하에 단결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략적 발전 목표를 달성하도록 러시아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또 “중국과 러시아의 발전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태도 바꾸면 문제 해결”
푸틴 대통령은 최근 석유 감산을 결정해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발전도 공언했다. 그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사우디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상황을 두고는 대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바꾸고 평화롭게 문제를 풀도록 미국이 신호를 주기만 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차 커지는 핵 위협도 언급했다.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10년을 맞이했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 사용의 위험은 상존한다”고 우려하면서다. 그러면서도 핵무기 사용이 방어에 국한된다는 러시아의 원칙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 언급한 적이 없다”며 서방이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논리를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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