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왜 실험실이 고등학교 때보다도 못해요?" 한 거점국립대에 입학한 특성화고 졸업자가 실험 수업 첫 시간에 지도교수에게 한 말이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하고 있는 대학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2008년 이후 대학 등록금은 동결되거나 인하됐지만, 물가와 국민소득 증가에 상응하는 국고 지원은 미약했다. 결국 대학 대부분은 실험실 개선은 물론 건물조차 보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없이 좌절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뒤로한 채, 지난 9월 2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이 발의됐다. 핵심은 '대학의 미래 인재양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설치하고, 국세분 교육세를 주요 세입으로 한다'는 것이다. 아직 일부 시·도교육감과 학부모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동 법안 신설은 꼭 필요하다. 필요성과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대학과 지역 교육은 상생하는 동반자 관계다.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학생들 대부분은 지역 대학에 진학하며, 지방대의 발전과 존속은 지역 초중고 교육 및 지역 활성화에 중요하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초과하고, 청년층(만 25~34세)의 대학교육 이수율이 69.3%인 상황에서 고사 직전의 지역대학을 회복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한 교육세 기능 재편이 필요하다. 현 교육세는 국세 교육세와 지방 교육세로 이원화되어 있다. 국세 교육세는 경기에 민감한 교육세 세원의 성격상 신장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세율 인상이나 세원 교체는 어렵다. 국세 교육세를 특별회계로 편입할 경우 고등교육의 질 개선 논리로 교육세원을 바꾸거나 세율 인상이 가능하다.
셋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고등교육 투자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국세분 교육세를 특별회계 재원으로 하는 것은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책임진다는 원칙에도 부합한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국가 중 꼴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고지원 이외의 대안이 없다.
넷째, 유치원·초중고교· 대학교육 모두 인재를 양성하는 하나의 '교육 체제'라는 점이다. 유초중고를 거쳐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균형적 투자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는 학교 급에 따른 차별이나 편 가르기가 있을 수 없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대학교육의 중요성은 무시될 수 없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긍정적 숙고가 매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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