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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미 더 머니

입력
2022.11.0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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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1일 열린 '쇼미더머니 11'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엠넷 제공

지난달 21일 열린 '쇼미더머니 11'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엠넷 제공

10·20대가 열광하는 힙합 경연 TV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시즌11로 돌아왔다. 초반 대결에선 초·중학생 참가자가 많아진 게 눈에 띄었다. 힙합의 저변이 그만큼 넓어졌다. 젊은이들은 노랫말은 물론 입담으로도 스스로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스웨그’와 상대방을 저돌적으로 깎아내리는 ‘디스’ 같은 힙합 특유의 문화를 거침없이 소비한다. 더 나은 무대를 선보인 경쟁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참가자들 모습은 늘 반짝반짝 빛나기만 해야 할 것 같은 K팝 아이돌과 묘하게 구별된다.

□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란 말이 유명해진 건 1996년 영화 ‘제리 맥과이어’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미식축구 선수(쿠바 구딩 주니어)가 스포츠 에이전트(톰 크루즈)에게 더 많은 돈을 벌게 해달라고 요구할 때 나온 대사다. 의역하면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달라'는 의미다. 최종 우승을 거머쥐기 위해 래퍼들이 다양한 경연 방식으로 실력과 개성을 뽐내는 프로그램 제목으로도 꽤나 어울린다.

□ 한때 쇼 미 더 머니는 PC방 단골 문구였다. 19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 붐이 일었던 온라인 게임 스타 크래프트 때문이다.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을 하는 도중에 채팅창에 이 말을 입력하면 병력을 생산하고 진화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이 추가로 공급됐다. 그 시절 PC방을 주름잡았던 세대에게 이 문구는 마법 같은 주문으로 기억됐다. 쇼 미 더 머니 하면 스타 크래프트를 떠올리는지 랩 경연을 떠올리는지에 따라 ‘아재’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 쇼 미 더 머니는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공서열이나 인맥보다 실력과 열정으로 평가받길 원한다. 그들이 능력을 펼칠 사회적 무대가 너무 좁은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쇼 미 더 머니는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유례없는 경제위기와 사회재난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미덥지 않다. 다음 주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꼬박 반년이다. 이젠 정말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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