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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정치의 노리개가 됐다"

입력
2022.11.11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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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알림 대사인 이영표(맨 왼쪽) 강원FC 대표가 동료 대사인 아이키(가운데), 박선영과 함께 지난 9월 23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아시안컵 유치 홍보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 제공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알림 대사인 이영표(맨 왼쪽) 강원FC 대표가 동료 대사인 아이키(가운데), 박선영과 함께 지난 9월 23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아시안컵 유치 홍보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 제공

프로축구 K리그의 김호곤(71) 수원FC 단장과 이영표(45) 강원FC 대표는 공통점이 꽤 많다. 김 단장은 1970년대, 이 대표는 2000년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간판 수비수였고, 모두 A매치에 100경기 이상 출전해 국제축구연맹(FIFA) 센추리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 은퇴 이후 축구 행정가로 빼어난 성과를 거두며 팬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닮았다. 각자 구단 프런트를 이끌고 이번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두 사람이 또 한 번, 그러나 편치 않은 이력을 공유하게 됐다. 구단주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이다.

□ 강원FC 구단주는 김진태 강원지사, 수원FC 구단주는 이재준 수원시장이다. 이들 축구단이 지자체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민 구단'이라서다. K리그1 12개 팀 중 5개 팀, K리그2 11개 팀 중 7개 팀이 시도민 구단이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으로 처음 당선됐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시도민 구단에도 '정치적 외풍'이 들이닥치는 일이 드물지 않다.

□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 성남FC도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새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FC를 '비리의 대명사'로 지칭하며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기업 후원금을 구단에 유치한 일이 특혜 제공 의혹으로 번지자 이를 겨냥한 것이었다. 팬들의 반발에 신 시장이 입장을 철회했지만 성남FC는 4년 만에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됐고 국가대표 출신 김남일 감독은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 '붉은색과 푸른색 사이 검은색은 무슨 죄? 우리의 색은 정치색 아닌 검은색!' 성남FC 서포터즈 '블랙리스트'는 8월 홈경기 응원석에 이런 글귀의 현수막을 걸었다. 붉은색은 국민의힘, 푸른색은 민주당, 검은색은 성남FC의 상징색이다. 김호곤 단장은 지난 10일 퇴임 간담회에서 단장 연임을 요구하도록 자신이 서포터즈를 사주했다는 오해를 받았다며 구단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런 일갈도 남겼다. "축구가 정치의 노리개가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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