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한국판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발표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다. 중국견제가 아닌 아세안과의 실질적 협력 확대를 제시한 점에서 한국판 인태전략은 신남방정책의 확대판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에 특화된 협력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부딪히는 아세안은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데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5대 경제권으로 성장한 지역이다. 한국과는 2위 교역대상이자 2위 해외투자 지역일 만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국판 인태전략은 이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과 정책 수단으로 평가된다.
인태전략이란 용어 자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전략적 공간으로 삼아 중국 견제를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확대하려는 미국 구상을 담고 있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가 2018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된 것은 이를 분명히 한 것이다. 명시적 대중견제를 우려한 이전 정부는 미국 일본 호주는 물론 유럽 국가들까지 인태전략을 공개할 때 침묵했다.
그런 점에서 윤 정부의 한국판 인태전략은 불가피하게 동맹 미국과의 접점을 확대시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인태전략이 미국의 인태전략과 동일시되어선 안 된다. 정부가 굳이 아세안 정상들 앞에서 인태전략을 공개하고,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를 경계해서다.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13일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등 3국 공조 방안도 논의한다. 이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5일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까지 4박6일 일정을 소화한다.
그간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지인동행 논란, 비속어 논란 속에 삐걱거렸고 외교참사란 야당 비판까지 거셌다. 세 번째 외교시험대인 이번 순방에선 신중한 외교로 국익을 챙기고 가시적 성과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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