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가 경호를 지원하는 군과 경찰을 직접 지휘하겠다며 관련 시행령 개정에 나서 논란이 거세다. 경호처의 군경 지휘권 행사는 상위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기관 간 권한 및 관계와 어긋나 법치주의에 안 맞고 월권 소지가 크다. 역사적으로도 유신체제 시절 시행령에만 있었던 일이라, 벌써 30년간 문민정부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선 위화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경호처는 지난 9일 입법예고한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경호처는) 경호구역에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동안에도 내부지침을 근거로 군경의 경호활동을 지휘해왔고 이번에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뿐이란 설명도 내놨다. 다만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 부담 증가로 경호처가 병력 통제권을 강화할 필요를 느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문제는 경호처 권한 강화 우려다. 시행령이 이대로 바뀐다면 경호처 직원 700여 명에 더해 군 1,000여 명, 경찰 1,300여 명까지 도합 3,000명가량의 병력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경호처장 휘하에 놓인다. 당장은 경호 업무에 한정된다고 해도, 상위법인 대통령경호법상 협조 관계인 경호처와 군경의 지위가 상하 관계로 변질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중대한 제도 변경을 입법이 아니라 정부 재량인 시행령을 통해 꾀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법무부의 검수완박법 무력화 등에 이어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는 '시행령 통치'를 남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더구나 새 시행령 안은 법률의 위임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청은 대통령경호법과 함께 국가기관의 직무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정부조직법 및 헌법을 근거로, 국방부는 군 지휘·감독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국군조직법을 근거로 각각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모두 합당한 의견인 만큼 정부가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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