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말미에 MBC 기자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언쟁한 일을 뜻한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재개 조건으로 MBC 기자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에게 상시적으로 국정 현안을 밝히는 기회가 됐던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이벤트였다. 잘만 정착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위적 분위기를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호평까지 나왔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행할 정도로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의지가 강했던 윤 대통령이 특정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이유로 전격 중단한 건 유감스럽다. 개방적 소통을 통한 국민의 알 권리 신장이라는 공적 이익보다는 취재를 제약해 비판 여론의 확산을 막겠다는 정략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경제, 안보 등 나라 안팎에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특정 언론의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은 물론이다.
도어스테핑 중단의 단초가 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에 대한 언론계의 여론이 비판적이고, 대통령실과 MBC가 대립하고 있는 만큼 도어스테핑이 언제 재개될 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실은 지난 6개월간 진행됐던 도어스테핑의 긍정적 측면과 부작용을 따져보고 언론계와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안’과 관련된 대통령의 즉흥 발언으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고, 불편한 질문은 외면하고 전 정부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도어스테핑이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내실 있는 소통이 이뤄지도록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하루라도 빨리 이를 재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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