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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 골 세리머니

입력
2022.11.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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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호주 축구대표팀 공격수 미첼 듀크가 26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헤더 골을 넣은 뒤 관중석에 있는 아들 잭슨을 향해 손가락으로 아들 이름의 첫 글자인 알파벳 대문자 'J'를 그려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호주 축구대표팀 공격수 미첼 듀크가 26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헤더 골을 넣은 뒤 관중석에 있는 아들 잭슨을 향해 손가락으로 아들 이름의 첫 글자인 알파벳 대문자 'J'를 그려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6일(한국시간) 카타르 월드컵 D조 호주와 카타르의 조별리그 2차전. 전반 23분 호주 대표팀 공격수 미첼 듀크(31)가 환상적인 백헤더 골을 넣었다. 1차전 프랑스에 대패했던 호주에 16강 진출 희망을 살린 결승골이자 듀크가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넣은 첫 골이었다. 호주 응원석 쪽으로 달려간 듀크는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대문자 'J'를 그렸다. 이니셜의 주인공, 듀크의 꼬마 아들 잭슨이 같은 손동작으로 화답했다. 지난 4년간 호주와 일본 리그를 4번이나 오가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저니맨'이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는 순간이었다.

□ 21일 개막해 28일까지 조별리그 48경기 중 30경기를 치른 이번 월드컵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골 셀러브레이션'이 만발하고 있다. 한국에선 '골 세리머니'란 콩글리시 표현으로 친숙한 이 득점 자축 행위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꿈의 무대에 서기까지 겪었을 희로애락이 은연중에 드러나 더욱 흥미롭다. 가나 대표팀 오스만 부카리(24)가 25일 H조 포르투갈전에서 추격골을 넣고 벤치에 있던 상대팀 슈퍼스타 앞에서 보란듯이 '호우 세리머니'를 펼친 일은 다소 식상했지만 말이다.

□ 개막일 이란과 맞붙은 B조 잉글랜드의 잭 그릴리시(27)는 후반 45분 팀의 대승을 완성하는 6번째 골을 넣은 뒤 관중을 바라보며 양팔을 흐느적댔다. 소속팀(맨체스터시티) 팬인 뇌성마비 소년과 약속한 '지렁이 춤' 세리머니였다. 그릴리시의 막춤엔 역시 뇌성마비를 앓는 여동생에 대한 사랑도 담겼을 것이다. G조 스위스의 브릴 엠볼로(25)는 24일 카메룬과의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는 가만히 서서 동료들의 조용한 축하를 받았다. 카메룬은 엠볼로의 모국이다.

□ 26일 C조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쐐기골을 작렬한 폴란드 주장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의 선택은 '슬라이딩 세리머니'였다. 지난달 통산 600득점(A매치 76골 포함)을 넘어서 골 세리머니라면 지겹도록 해봤을 텐데 이날은 세리머니가 길었다. 잔디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엎드려 있었던 그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처럼 레반도프스키도 이번이 월드컵 첫 골, 첫 세리머니였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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