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높였던 농축수산물·석유류 주춤
우윳값 인상 후폭퐁, '밀크플레이션' 우려
한은 "내년 초까지 5% 수준 이어갈 것"
11월 소비자물가가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5.0%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고물가 주범이었던 석유류도 안정을 찾고 있어서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데다 택시·우유 등 각종 요금도 인상하고 있어 고물가 시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0%는 4월 4.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6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올랐다가 8월 5.7%, 9월 5.6%, 10월 5.7%에 이어 지난달 5.0%까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물가는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타는 모습이다.
물가 하락은 농축수산물 영향이 컸다. 10월에 5.2%였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폭은 11월 0.3%에 그쳤다. 정부가 9월 추석 연휴 등을 계기로 주요 농축수산물 비축 물량 확대, 할인 쿠폰 제공 등 밥상물가 안정 대책을 실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보여주는 물가 기여도는 전월 0.46%포인트에서 11월 0.03%포인트로 급감했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2.0% 하락하면서 5월(-0.6%)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떨어졌다. 개별 품목별로는 양파(27.5%), 무(36.5%), 감자(28.6%) 등이 올랐으나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고구마(-13.5%) 등은 내렸다.
물가 최대 위협 요인인 석유류는 5.6% 상승했다. 6월 39.6%까지 치솟았던 석유류는 이후 오름폭이 작아지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 역시 6월 1.74%포인트에서 11월 0.27%포인트로 완화됐다.
다만 물가를 끌어올린 품목은 외식과 공공요금이었다. 식자재 가격·인건비 상승 여파로 외식 물가는 8.6% 올랐다. 전월(8.9%)보단 낮지만 역대급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물가 역시 전월과 똑같이 23.1%나 뛰었다.
전체 물가는 다소 개선했지만 작년 연간 상승률 2.5%를 고려하면 5%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곳곳에 암초가 즐비해 안심하긴 이르다. 당장 전날부터 서울 택시 심야 할증 시간이 앞당겨지고 요금도 비싸졌다.
또 10월 원유 기본가격 인상에 따라 지난달 우유 가격이 최대 10% 오른 가운데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라가는 '밀크플레이션'도 예상된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 따라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다시 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 둔화폭 확대 가능성, 에너지 요금 인상폭 확대 가능성은 각각 물가 하방, 상방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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