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상승률 8월 4% 돌파 이후에도 계속 올라
공공요금 억제에 근원물가 상승 억눌렀으나 한계
"당분간 고물가 불가피...슬로우플레이션 지속"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넉 달 연속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가격통제 덕에 해당 물가 상승률을 4%대로 묶어뒀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치닫고 있어 고물가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정부·한국은행에 따르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 3.9%에서 8월 4.0%→9월 4.1%→10월 4.2%→11월 4.3%로 계속 오르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연고점(6.3%)을 찍은 후 11월 들어 5.0%까지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근원물가는 계절과 같은 외부 환경에 영향 받는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한 값이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작용, 향후에도 고물가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간 가격 결정에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공공서비스 등 관리물가 품목의 가격상승압력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근원물가 상승을 억제해왔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도시가스·수도요금과 통신료 등 46개 품목을 말한다. 한은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관리물가 품목을 뺀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5.1%까지 올라간다. 관리물가 품목을 포함했을 때보다 0.8%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억제 등 정부의 물가 관리가 없었다면 근원물가 상승률마저 5%를 돌파했을 거란 얘기다. 실제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개인서비스 물가가 5.4% 뛸 때 공공서비스 물가는 0.8% 상승에 그쳤다.
문제는 물가를 밀어 올릴 국내외 요소가 산적한 데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통제 전략도 약발이 다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부터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2시간 빠른 오후 10시부터 적용되고 있고, 내년 2월부터는 기본요금도 현재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분은 올해보다 약 2배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의 경우 킬로와트시(㎾h)당 51원 이상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인데, 올해 인상분인 ㎾h당 19.3원의 약 2.7배에 달한다.
고물가는 가계 소비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끌어내리게 된다. 수출 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내년 경기에 또 다른 악재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가 맞물리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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