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국민여론 수렴 준비 철저해야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 4대 목표를 제시했다. 적정 노후소득, 연금 지속성 가능성 보장, 세대 간·세대 내 부담 공정성이다. 국회연금특위는 4월 말 연금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 제도 초창기라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았던 1차 개혁(김대중 정부), ‘저부담-고급여’ 모순이 심각해 급여 인하라는 공통 목표가 있었던 2차 연금개혁(노무현 정부)과 달리 이해관계자도 크게 늘었고(수급자 586만 명), ‘저부담-저급여’ 문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지금 상황이 더 어렵다. 민간 자문위원들은 보험료 인상에 공감하면서도 더 내고 그대로 받을지, 혹은 더 내고 더 받을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국민연금의 사회적 투자 논의가 빠졌다’, ‘높은 노인 빈곤율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는 등 말을 보태고 있어 문제는 더 꼬일 수도 있다. 국회연금특위는 연금 개혁안 발표에 앞서 300~500명의 국민여론 수렴을 거치기로 했다.
□ 국민여론 수렴 절차는 잘못하면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되면 초당파적이고 튼튼한 합의를 만들 수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영국 노동당의 2차 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2005년 영국 8개 지역에서 5개월간 ‘전국민연금토론’을, 이듬해 3월에는 ‘전국민연금의 날’을 제정해 6개 지역에서 1,000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한 협의와 여론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 ‘숙의민주주의’ 절차를 거쳤다. 연금 수급연령 상향 같은 인기 없는 개혁조치들도 이를 계기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다. 2010년 노동당은 보수-자유민주 연정으로 정권을 넘겨줬으나 노동당의 연금 개혁안은 큰 골격 변화 없이 추진됐다.
□ 사회적 갈등의 해결 수단으로 공론화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2017년), ‘대입 개편 공론화’(2018년)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참여시민 40%, 후자는 60%가 의견을 바꿀 정도로 사안 이해 증진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도출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하다. 연금개혁을 위한 국민여론 수렴 절차가 책임 떠넘기기나 요식 절차가 되지 않도록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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