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
정기예금 200조... 역대급 뭉칫돈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통계 집계 이후 처음 감소했다. 금리 폭등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 가계가 빚 청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조6,000억 원 감소했다. 연간 기준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2004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빚부터 갚자"는 분위기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비교적 상환이 쉬운 기타대출이 대폭 줄면서 가계대출을 끌어 내렸다는 분석이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총 22조8,000억 원이 줄었다. 2021년 12월부터 시작한 감소세가 지난달까지 이어진 결과다.
황영웅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높아진 금리 수준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이 완만하게 감소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금리 수준이 높고 가계부채 규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추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연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해제로 가계대출이 재차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모니터링을 적극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연간 20조 원 불었다. 최근 몇 달간 1조 원 안팎으로 늘어나던 주담대는 지난달 3조1,000억 원이 증가해 비교적 상승폭이 컸다. 한은은 집단대출 증가세와 함께 안심전환대출 취급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
고금리에 대출은 줄고 예금은 급증
예·적금 등을 포함한 은행 수신 상품에는 지난해 2,243조5,000억 원이 모였다. 정기예금에만 연간 200조1,000억 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금리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104조9,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지난달은 계절적 요인으로 정기예금은 줄고 수시입출식예금은 느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은행 간 수신경쟁이 줄고 연말 재정집행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자금 인출이 늘면서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15조1,000억 원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 목적의 자금과 가계의 연말 상여금이 모여 11조6,000억 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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