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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과 전직 대통령

입력
2023.01.2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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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점. 책방. 게티이미지뱅크

서점. 책방. 게티이미지뱅크


단행본 도서를 주로 취급하여 지역 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은 책방.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동네책방을 이렇게 정의한다. 통계마다 편차는 있지만 동네책방의 증가세는 확연하다. 동네서점연구소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전국 동네책방(독립서점)은 815곳으로 1년 전에 비해 70곳이 늘었다. 7년 전만 해도 100곳에도 못 미쳤다.

□책만 팔아서는 대부분 생존이 쉽지 않다. 음료 판매를 병행하는 북카페로 운영하거나, 북토크 등 소규모 행사를 곁들인다. 책방을 지키기 위해 부업을 하는 책방지기도 많다. 성인 10명 중 6명(59.7%, 문화체육관광부)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종이책도 읽지 않는다니 당연하다. 그렇다고 장서량에서 대형서점을 따라갈 수도, 가격과 편리성에서 온라인 서점과 경쟁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왜 동네책방은 계속 증가하는 걸까.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동네책방 생존 탐구’에서 “하고 싶은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보겠다는 마음, 취향을 공유할 공간을 찾으려는 마음이 모여 동네책방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실제 경쟁력 있는 동네책방들은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여행, 죽음, 과학 등 각자의 콘셉트를 분명히 하고, 실내공간의 인테리어도 그에 맞춘다. 선서(選書)와 큐레이션, 그리고 공간 이미지를 통해 고객들과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르면 2월 중 양산 평산마을에 동네책방을 열고 이 대열에 합류한다. “나름대로 콘셉트를 만들고, (여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책을 구매해가는 그런 책방으로 만들겠다”니 ‘문재인 책방’의 색깔이 궁금해진다.

□자타공인 애서가인 그의 몸에 딱 맞는 옷일 수 있겠으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에 정치적 해석이 덕지덕지 붙는다. 보수층에선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겠다더니 정치 행보에 나서려는 것이라며 날을 세운다. 퇴임한 대통령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식과 가치를 책을 통해 이웃들과 나누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동네책방이 될지, 친문과 지지층들의 아지트가 되어 시끄러운 현실 정치의 장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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