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한강·임진강에서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
강화 동막해수욕장으로 밀려 들며 이색 절경 완성
크고 작은 유빙이 바다 위를 떠다니고 그 위로 붉은 석양빛이 쏟아져 부서진다. 북극해 어디쯤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이색적인 풍경이 요즘 인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펼쳐지고 있다.
며칠 전 들이닥친 최강 한파로 한강과 임진강에서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들이 바다로 흘러들었다가 밀물에 의해 강화도 해안가로 다시 밀려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끊임없이 밀려온 유빙들은 해변에도 쌓여 장관을 이루는데, 이 같은 광경은 매년 강추위가 찾아오는 이맘때면 강화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5일 동막해수욕장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겨울 바다를 거닐고 있었다. 세찬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해변으로 향했다.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했다. 관광객들 역시 비현실적인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해변으로 밀려 올라온 유빙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조용했던 겨울 바닷가는 한파가 만들어낸 풍경 덕분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고,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의 행렬은 해 질 무렵까지 계속됐다.
바닷가에 펼쳐진 유빙은 보는 위치와 햇빛의 방향에 따라 다른 감동을 전한다. 일단 높은 곳에 오르면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동막해수욕장 인근 분오리돈대가 유빙으로 뒤덮인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웅장한 북극의 얼음 평원에서 금방이라도 바다표범이 뛰어나올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바닷가에 서면 해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유빙의 모습에 저절로 매료된다. 오후에 접어들면 마주 보이는 태양빛이 유빙에 반사되면서 눈이 부시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유빙은 언제 봐도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백미는 해 질 무렵의 유빙이다. 겨울철엔 오후 5시경이면 해넘이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빛이 유빙을 다양한 보석으로 변신시킨다. 푸른빛이 감도는 에메랄드에서 황금빛을 띤 옥으로, 마지막은 흑진주로 변하며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또다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추울수록 색다른 이미지로 변신하는 동막해변의 유빙을 찾아 겨울바다의 진수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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