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올리고, 가입 상한 연령을 수급개시 연령에 맞추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를 더 내면서, 마지막으로 내는 시점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 사이의 공백기를 없애자는 데는 동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의 연금을 받을지’를 뜻하는 소득대체율에 대해 입장 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당초 이달 말이던 자문위의 연금개혁 초안 마련 시기는 다음 달로 넘어갔다. 논의 초기부터 약속했던 일정이 지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문위는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0%에 그대로 두는 안과 45%나 50%로 올리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내고 그대로 받기’는 재정 안정에, ‘더 내고 더 받기’는 노후 소득 보장에 초점을 둔 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결국 합의에 달려 있다. 끝장토론으로라도 어떻게든 단일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자문위가 합의에 난항을 겪자 차라리 복수안을 내자, 자문위 역할을 다시 정하자는 의견마저 내부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자문위 안은 연금특위가 4월까지 만들 개혁안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야 한다. 자문위가 복수안을 내면 국회에서 여야 충돌로 합의가 지연될 공산이 크다. 연금개혁이 정쟁화하거나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문위가 끝까지 합의해 단일안을 도출한다면 개혁 추진은 힘을 얻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달리한 4가지 안이 나왔지만, 끝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개혁이 무산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보험료율 15% 인상은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청년 세대의 불신과 중·장년층의 불안 사이에서 정제된 메시지로 이해를 구하며 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자문위 논의를 굳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이래서야 개혁이 순항할지 의문이다. 전문가와 국회, 정부 모두 연금개혁을 이뤄낼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책임감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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