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 최고 10%대 희망적금 해지 속출
내 집 마련보다 '급전'… 주택청약 포기
무조건 소비 줄이고 보는 '짠테크' 확산
“알뜰살뜰 모은 비상금을 깨려니 서글프네요.”
서울 도봉구에 사는 4년차 직장인 김모(28)씨는 이달 초 만기를 6개월 앞둔 200만 원짜리 예금을 해지했다. 한 달 새 공과금이 6만 원 넘게 오르고, 고물가에 명절 지출까지 급증해 월급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서다.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연봉상승률 전망은 그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김씨는 31일 “(예금 해지로)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근심을 거두지 않았다.
"당장 급해"... 적금·청약통장 해지
청년들도 고물가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는 적금과 청약 등 청년세대의 미래까지 갉아먹고 있다.
투자 여력이 쪼그라든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가 있다. ‘청년희망적금’이라는 건데, 매월 50만 원 한도 내에서 납입할 수 있는 2년 만기 정책금융상품으로 지난해 2월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급여 3,6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가 대상이며, 만기를 채우면 정부 지원금까지 합쳐 최대 연 10%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1년 후 상황은 사뭇 다르다. 중도 해지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3월 초 가입 마감(286만8,000명) 때보다 30만1,000명 감소한 256만7,000명이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2분기까지 16만7,000명, 3분기에 13만4,000명이 적금을 깼다. 4분기 해지자 현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은행업계에선 3분기보다 증가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월 납입액을 줄였다는 최모(30)씨는 “연봉이 오르긴 했지만 대출 이자에 물가까지 줄줄이 올라 20만 원을 덜 넣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건이 파격적인데도 해지율이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고 귀띔했다.
주택청약을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청약은 종잣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의 유일한 수단으로 통한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789만4,228명으로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하고 있는 이모(35)씨는 “전세 보증금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청약 이율은 2.1%에 불과해 차라리 이자에 보태는 게 나을까 싶다”고 말했다.
홈트레이닝하고 알뜰폰 쓰고... '무지출' 대세
기댈 건 무한 절약뿐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 대신 당장의 소비부터 줄이고 보는, 이른바 ‘짠테크’에 가세하는 청년층이 부쩍 늘었다. 안락한 시설을 포기하고 러닝 등 맨몸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한 흐름이다. 김모(27)씨는 “자세가 안 좋아 3개월 전 필라테스 3개월치를 끊었지만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홈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모(25)씨도 “헬스장을 관두는 대신 방 문에 철봉을 매달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형 이동통신사 대신 통신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젊은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가 알뜰폰 서비스 정식 출시에 앞서 1월 26~30일 실시한 사전 접수에만 17만 명이 몰렸는데, 이 중 약 70%가 2030세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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