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수소법이 개정되고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청정수소발전제도(CHPS) 입찰시장 개설을 추진하면서 수소경제 조성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을 앞두고 지난달 사업자 대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형 발전사, 제조사부터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고 있는 투자사들의 참여로 열띤 토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안에 따르면, 수소발전 입찰시장 제도의 목적은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수소발전의 가격 경쟁력 확보 및 청정수소 사용을 촉진하고, 정책적으로는 분산전원 확대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 발전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수소 생태계 조성의 첫걸음이라 할 정도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수소발전 입찰시장 수립 방향을 살펴보면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청정수소의 도입 촉진과 수소 발전량을 확대하는 정책은 반영하고 있으나, 심각한 수도권 전력수요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분산전원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단순히 일반수소 입찰시장과 청정수소 입찰시장으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방안만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청정수소 연료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반수소 입찰시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규모와 무관하게 통합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규모의 경제 차이로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사업자는 대규모 사업자와의 경쟁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분산전원 확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사업 시장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소규모 연료전지는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의 불안정한 전력 수급을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프라 대책으로 고려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전력자립률은 11%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신재생 전력자립률은 1.1%에 그쳤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건물형 연료전지와 주유소·충전소를 종합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전환하는 분산전원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탓에 지자체의 노력이 전력 자립률 향상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려면 분산전원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첫 단계로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되지 않고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초기에는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별도 시장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겠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 제도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수소경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수소경제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 아니면 분산전원의 불씨를 꺼뜨리는 걸림돌이 될지는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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