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상임대표 시절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이 10일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20년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를 계기로 수사를 받고 그해 9월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5개월 만으로, 검찰 구형(징역 5년)이나 의원직 상실형(금고 이상)엔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다. 함께 기소된 정의연 전 이사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적용된 8개 죄목 가운데 횡령죄 일부에만 유죄를 인정했다. 정부와 서울시 보조금을 허위로 타냈다(보조금관리법·지방재정법 위반 및 사기), 적법 절차를 어기고 기부금을 모았다(기부금품법 위반), 피해자 쉼터 건물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업무상 배임) 등 다른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윤 의원이 치매 상태인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재산을 기부받았다는 혐의(준사기)도 논란은 컸지만 무죄 판단을 받았다.
그렇다고 윤 의원의 책임이 가벼울 순 없다. 시종일관 전면 무죄를 주장해놓고도 핵심 혐의인 횡령죄는 벗지 못했다. 법원에서 인정된 횡령액 1,700만 원은 검찰이 제기한 1억 원엔 못 미친다고 해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의연을 믿고 지지해준 수많은 후원자에 대한 배신으로, 그 여파는 윤 의원이 30년간 투신해온 '위안부 운동'을 넘어 시민운동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은 '윤미향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시민단체 회계부정 방지 입법에 나섰고, 정부는 전 부처 차원에서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집행 현황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 의원의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
상급심이 남아있긴 하지만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은 만큼, 검찰은 충분한 증거나 법리 검토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번 사건이 여론재판 양상을 띠는 과정에 검찰은 의도적인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은 무분별한 받아쓰기로 일조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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