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 장기화 가능성에
시장금리 오르면서 상승 추세
주담대 혼합형도 4.3%로 '꿈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태세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 때문에 대출금리의 '원가' 개념인 시장금리가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26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변동) 금리 하단은 연 4.3%로 집계됐다. 약 보름 전인 9일 4.08%에서 소폭 상승했다. 신용대출(6개월 변동금리) 금리 역시 하단이 5.138%에서 5.352%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이달 들어 시장금리가 우상향한 결과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등급) 5년물은 2일 3.887%에서 24일 4.247%로, 신용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 6개월물은 3일 3.53%에서 24일 3.748%로 올랐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은행이 자체 책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신용등급별 우대금리를 빼서 정한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달 발표한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일자리는 대폭 늘었고 물가 상승률은 더디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물가 재상승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심지어 24일 발표한 1월 개인소비지출(PCE·전년 대비)은 7개월 만에 반등했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눈여겨보는 물가지표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한국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만큼, 고금리를 주는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 상승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와 별개로 공공요금 인상 등 국내 물가 경로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고금리로 쉽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압박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지만, 시장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예금금리(조달금리)도 시장금리를 토대로 정하기 때문에 은행의 자본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만큼 주담대 변동형의 금리 하락이 요원해진다는 뜻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러나 "기준금리 동결로 대출금리는 하락 여지가 더 커졌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김 위원장은 이날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대출금리의 원가가 되는 코픽스 등 자금 조달금리가 안정되고,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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