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포용성과 공정성이 낮다고 인식할수록 결혼·출산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한 충격 속에서, 저출산 문제는 단편적 접근으로 풀 수 없다는 문제의식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사회복지연구’에 게재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미혼여성 중 결혼·출산이 필수라고 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남성은 12.9%였다.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자녀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볼수록 결혼·출산 중요도를 높게 봤다. 결혼·출산에 대한 2030의 부정적 태도에는 사회의 포용성·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직접 챙기고, 육아 재택근무 보장 등의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백화점식 대책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로 보면 예산 퍼붓기식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동반 상승한 배경도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바뀐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저출산 정책만이 출산과 연결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일례로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위인데도 정부는 주 64시간 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의 찬반을 떠나 주당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하면, 첫째 아이를 가질 확률은 1%포인트 떨어진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다. 또 성별 임금격차와 여성 임원 비율이 OECD 중 최악인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성평등을 등한시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니 여성들이 ‘포용성과 공정성’을 느낄 리 없다.
육아 재택근무 보장만 해도, 주변 동료들이 장시간 일하는 상황이라면 눈치가 보여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는가. 또 워킹대디가 아닌 워킹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데,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꺼리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저출산 대책은 세심하고 저변이 넓어야 하며, 남성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